핑 소리가 들리는 순간 시계는 멈춘다
이 당시 유보트의 천적 플라워급 고벳에 발각되어 머리 위로 폭뢰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유보트함장이 내릴 수 있는 명령은 단하나입니다 바로 무음 잠항입니다. 이때부터 함 내는 완벽한 적막과 공포의 공간으로 변합니다.

무음잠항 중엔 렌치 하나가 몰살을 불러옵니다 작은 공구 랜치가 왜 몰살을 불러오지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 플라워급엔 아스딕 소나가 장착되어 유보트를 귀신처럼 찾았습니다. 적의음파탐지기 소나가 잠수함 내부에서 나는 아주 작은 기계음이나 인위적인 소음도 귀신같이 잡아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승조원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습니다. 모든 동력의 차단 디젤엔진은 물론 배터리엔지도 가장 낮은 속도 겨우겨우 이동했습니다. 심지어 방향을 바꿀 때 소리가 나는 자이로컴퍼스까지 끄고 기계식 나침반을 보며 수동으로 타를 조종했습니다.

소음을 유발하는 모든 것은 금지였습니다. 심지어 신발을 신고 걷는 것조차 금지되었습니다. 승조원들은 양말만 신거나 걸래로 발을 감싸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정비도 당장 멈춰야 했습니다. 렌치나 볼트하나를 철제 바닥에 떨어뜨리는 순간 그 소음은 수중으로 퍼져 전원이 몰살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도 조심해야 했고 숨 쉬는 것조차도 조심해야 했습니다. 귓속말로만 전해야 했고 기침이나 재채기조차 옷가지로 입을 틀어막고 잠아내야 했습니다. 무음잠항이 길어지면질수록 전기만 끊기는 게 아니라 산소도 바닥나기 시작합니다. 함 내 이산화탄소농도가 올라가면 승조원들은 두통과 환각에 시달립니다. 그렇기에 함장은 부동자세를 유지하라고 선원들에게 명령합니다. 근무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전부 침대에 누워 움직임을 최소화해서 산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처절한 선택이었습니다. 승조원들은 가슴에 정화통을 매고 숨을 쉬었으며 함 내 곳곳에 이산화 탄소를 흡수하는랄륨분말을 뿌렸습니다.

탈출은 해류에 목숨을 맡겨야합니다. 이 상태로 몇 시간 길게는 수십 시간을 버티며 연합국 구축함이 연료가 떨어지거나 지쳐서 물러나기를 기다립니다. 일부 베테랑 함장들은 아예 모터마저 끄고심해의 수온약층 음파가 굴절되는 구간까지 내려가 해류에 흐름을 맡긴 채 유유히 도망치는 대담한 전술을 쓰기도 했습니다. 게임에서도 구축함을 피하기 위해 무음항해를 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고증에 충실한 게임일수록 자이로컴퍼스 소음이나 함 내 수리를 멈추는 등 실제 역사에서는 그게 진짜 목숨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쟁사기록소였습니다.
'2차대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뉴욕 해상에 부상한 유보트 미 본토 스파이 침투 작전 (1) | 2026.05.27 |
|---|---|
| 유보트의 천적 호송선단과 아스딕(ASDIC) (0) | 2026.05.16 |
| 미국 뉴욕 앞바다의 지옥도 유보트의 드럼비트 작전 (0) | 2026.05.11 |
| 늑대의 시대가 저물다 (0) | 2026.04.26 |
| 잠수함은 잠수하지 않는다 (수면위의 저격수) (0) | 2026.04.21 |